그녀, 돌아오다

2008/05/15 11:35
출장을 끝낸 그녀가 돌아왔다. 무려 한 달만의 재회.

가증스럽게도 그녀는 귀국 날짜까지 속였더랬다. 놀래켜주고 싶었다나?

그녀의 예측은 주효했고, 나는 아주 당연하게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한껏 긴장이 풀어져 집도 몸도 난장판이 되어 있는데 벨 한 번 누르지 않고 집안에 들어서다니, 순간 나는 굳어버렸고 그녀는…….

그녀도 그랬던 것 같다.


그녀를 위해 따뜻한 목욕물을 받아두고는 베란다로 나와 바람을 쐬었다. 다시 들어갈 때쯤이면 커피포트의 물도 끓고 있으리라. 되짚어보건대, 참으로 익숙하지 않은 행동의 연속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나른한 표정이 되어 욕실을 빠져나온 그녀가 무척이나 많은 말들을 머금은 듯한 표정이 되어 나를 쳐다보았다. 한 달이나 떨어져 있었으니 보고 싶었던 것만큼이나 많은 말들을 가슴에 담아두었으리라. 그것은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우리는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다. 대신에 서로를 꼭 껴안았을 뿐.

보고 싶었다느니, 안아보고 싶었다느니 하는 따위의 말들을 하고 싶었지만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나오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 말을 하는 것이 마치 지금 이 순간을 낭비해버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그 순간, 다른 모든 것들은 한없이 낯설게만 느껴지던 바로 그 순간에도 한 달 만에 다시 내 곁으로 되돌아온 그녀만큼은 여전히 친근했다. 비어있었던 마음 한구석이 갑작스레 커다랗게 부풀어오르던 순간이었다.

Comments

  1. BlogIcon rince 2008/05/15 13:10

    축!!! 귀환!

    향후 업데이트될 염장 포스팅들이 기대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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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BlogIcon 디노 2008/05/15 15:11

    읽고 나니까 소주한잔하고 나오는 감탄사가... "캬~~~"
    평소라면 염장을 별로 안느꼇을텐데 오늘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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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rainydoll 2008/05/15 19:40

      조금씩 수위를 높여서 염장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오실 땐 마음을 다잡으시고 클릭을 하시는 게... ^^;

  3. BlogIcon toice 2008/05/15 19:14

    급습했을데 집이 난장판일때 괜히 급습했나 후회가 될때가 종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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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rainydoll 2008/05/15 19:41

      어젠 정말 난장판이었다죠. 후다닥 치우기는 했지만 하필이면 게으름이 절정에 달했을 때 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 ㅠ_-

  4. BlogIcon comodo 2008/05/16 01:48

    염장 포스팅 정말 오랜만인데요? 크크 축하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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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BlogIcon 미고자라드 2008/05/16 23:36

    이젠 뭐, 덤덤하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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