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라는 것이 제법 인기를 끌면서 자연스레 '블로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블로거에 대한 각종 단체나 기업, 언론들의 인터뷰 및 설문 요청 역시 그런 관심 가운데 하나인데, 그 가운데서도 내가 직접 겪어보았던, 그리고 아마도 많은 블로거가 겪어보았을 그런 황당한 사례들을 모아 정리해봤다.


1. 무성의한 Copy & Paste는 기본, '레인돌'은 도대체 누구야?

블로그 방명록을 보았더니 설문을 요청하는 글이 올라와 있더라. 안녕하세요, 인사부터 시작한 어디선가 많이 읽어보았던 레퍼토리. 바쁘면 그럴 수도 있지, Copy & Paste가 마냥 나쁜 것도 아니지 않느냐고 중얼거리며 설문을 해주려는데 순간 눈에 거슬리는 마지막 인사말.

"레인돌님, 부디 설문에 응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 블로그가 아주 인상적이네요. ^^"

2. 이메일 버젓이 있는데 "연락처가 없네요. 저희쪽으로 연락주세요"

아예 공지로 적어 블로그 첫 화면에 배치까지 해두었다. 이메일 연락처는 어디어디, 휴대전화 번호는 여기여기, 메신저는 저기저기. 그런데도 눈이 나쁜 건지, 아니면 모든 설문 대상자들에게 이런 식으로 하는 건지, 열에 대여섯은 꼭 이렇게 말하더라.

"저희가 먼저 연락을 드려야 하는데 연락처를 알 수가 없어서 이렇게 글로 대신합니다. 괜찮으시다면 아래 전화번호나 이메일로 연락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3. 사전설명도 없이 대뜸 "설문해달라" 응했더니 "한달 수입이 얼마냐"

아무런 설명도 없다. 마치 Yes/No를 선택하는 게임인 것 같기도 하다. 이메일 주소 하나만 달랑 던져두고는 '연락'을 달란다. 지금이야 물론 단칼에 내쳤을 테지만 그때는 아무래도 내가 미쳤었나 보다.

이메일을 보냈더니 대략 한 달 뒤에나 연락이 왔다. 내 주소로 설문을 보냈으니 며칠까지 답변을 보내달란다. 이메일을 열었더니 이런 질문들이 수두룩하다.

"블로그로 한 달에 얼마나 버십니까?
"블로그가 아닌 일상생활에서의 한 달 수입은 얼마나 되십니까?"
"애드센스나 애드클릭스 같은 광고 프로그램을 블로그에 설치해두었습니까?
그렇다면, 수익은 얼마입니까?"

4. 스포츠 블로거에게 '쇠고기 정국' '촛불집회'가 웬 말?

프리미어리그 인사이드는 말 그대로 '프리미어리그'에 관련한 내용을 다루는 블로그다. 그런 나에게 인터뷰를 요청해놓고는 이렇게 묻는다.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하는 질문일까?

"지금의 쇠고기 정국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요즘은 블로거들이 직접 이런 내용들을 취재해 기사를 작성하는데 직접 느끼는 현실적인 어려움 같은 것은 없으신가요?"
"촛불집회가 날로 그 힘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블로거로서 느끼는 사회적 의무 같은 게 있으신가요?"

5. 인터뷰, 설문만 따내면 끝? 최소한 결과 정도는 알려줘야지!

옛말 가운데 틀린 거 하나 없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르다고, 인터뷰나 설문 좀 해달라고 요청할 때에는 마음에도 없는 별 해괴한 소리까지 다 하다가도 막상 자기 볼일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도가 싹 바뀐다.

인터뷰는 어떻게 정리해서 어디에 실렸고, 설문은 어떻게 진행되어서 어디에 쓰였는지에 결과라도 보내주는 것이 상대방에 대한 예의고 기본상식 아닐까?

문득, 그들이 인터뷰와 설문을 위해 처음 나에게 접근했을 때의 그 애절했던 문구들이 떠오른다.

"부디 잠깐이나마 여유를 내주셔서 설문에 응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보내주신 설문은 저희 연구를 위해 정말 귀중한 자료로 쓰일 것입니다."
"정말 유명하신 분이라 저희가 이렇게 어렵사리 만나뵙고 요청을 드리려고 합니다."


설문이나 인터뷰라는 것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설문자의 부족하고 모자란 노력과 정성에 변명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최소한 자신이 블로거에게 무언가를 묻고 싶다면, 그리고 무언가에 대한 답변을 얻고 싶다면 위와 같은 실수와 무례는 범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닐까?

바꿔 생각해보면, 위의 다섯가지는 제법 훌륭한 '블로거 설문의 How To 5'인 셈이라 할 수도 있겠다. 앞으로는 부디 개념이 저렴한 설문이나 인터뷰 요청이 들어오지 않기를 기대해본다.

Comments

  1. BlogIcon toice 2008/06/17 09:05

    죄송합니다만; '레인돌' 때문에 빅웃음 터졌어요; 푸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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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rainydoll 2008/06/18 15:03

      rainydoll을 raindoll이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니까요. 이밖에도 레이니님, 레인님... 아주 무궁무진(?) 합니다. ^^;

  2. BlogIcon Daisy 2008/06/17 09:56

    앞으로 계속 레인돌님이라고 부르게 될거 같아요. 푸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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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BlogIcon 활의노래 2008/06/17 11:34

    레인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좀 강하네요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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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BlogIcon 쌀국수 2008/06/17 12:33

    음.... 순간 고인돌이 떠올랐다는....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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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BlogIcon rince 2008/06/17 14:08

    웃기지마 vs 레인돌

    ㅋㄷㅋㄷ
    그런데 정말 설문조사나 인터뷰해주고 결과 받아본적은 한번도 없는듯 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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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rainydoll 2008/06/18 15:11

      뭐, 한 번 끝나면 다시 마주칠 일 없는 사람... 이라고 생각에서 비롯된 무성의가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만 신경을 쓴다면 그 정도의 센스는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텐데 말이죠. 쩝...

  6. BlogIcon Memory 2008/06/17 14:19

    레인돌...나름대로 새로운(?) 창의성이 엿보이네요..=_=;

    저도 기자 초년 시절 종종 저질렀던 실수를 지적해주셨네요

    잘 지내시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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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logIcon rainydoll 2008/06/19 01:20

      그냥 실수겠거니, 하고 아무말 안하고 있었는데 끝까지 레인돌이라고 부르더라구요. ^^;

      저야 뭐 항상 잘 지내고 있지요. 장마철이 되어서 비가 내려주는터라 한없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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